악기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 끝났으면 예산을 세워야죠.  지금 투자하실 의향이 있는 금액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이것이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에서 수백, 수천만원 짜리 악기들을 구경하셨지만 처음부터 그런 악기를 사는 미련한(?) 분들은 없을 것으로 보고(권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정도 선이 적당한 가를 생각해 봐야 겠는데요.  지금은 전기기타가 아닌 어쿠스틱 악기를 고르는 것이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본다면 클래식 모델이든 어쿠스틱 기타든 대략 30만원 정도 생각하시면 연습용을 구하실 수 있습니다.  네? 터무니 없다구요? 무슨 기타가 수십만원씩 하냐구요?  것두 연습용이?

전전 시간에 말씀 드린 것처럼 기타는 결코 싸구려 악기가 아닙니다.  기타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되면서 공장에서 양산되어 수 만원짜리 싸구려도 있습니다만 한마디로 말해 그건 악기가 아니라 장난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 물론 생긴 것은 똑 같이 생겼지요.  제 생각인데요.  경험이기도 하구요.  기타를 배워보겠다고 나서서 처음에는 조금 하는 듯 하다가 95% 정도는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 통례입니다.  그 중 상당한 부분이 악기 원인이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30만원 이상되는 악기와 이하인 악기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데 그것은 기타의 앞판이 단판(통나무)이냐 합판이냐 하는 것입니다.  기타의 앞판은 기타의 소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사용된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 말씀은 무조건 앞판은 단판을 사용한 악기를 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격대가 그렇게 됩니다.  측면과 뒷판까지 단판인 악기는 금방 백만원대를 넘어서기 때문에 지금은 고려 대상이 되기 어렵겠습니다.  앞판의 재료는 시더나 스프루스라는 재료를 사용한 것을 구입하시면 됩니다.  너무 싸구려 악기는 연주가 물리적으로 힘들 뿐 아니라 음색이 쉽게 싫증이 나기 때문에 여건이 허락하신다면 한 30만원 대에서 앞판을 단판으로 사용한 것을 구입하시면 좋겠습니다.  뭐 정 안되면 할 수 없구요. -,.-

클래식 기타라면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정성스레 만드는 수제품들이 있습니다.  한 35만원 정도면 앞판만 단판을 사용한 수제 클래식 기타를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만일 상담을 원하시면 제가 좋은 분을 소개해 드리지요.  이 경우에 단점은 만일 만들어 놓은 재고가 없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긴 스몰맨 같은 유명 제작자에게 악기를 주문하면 30~4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도 합니다.  3~4년도 아니고 30~40년이요.

기타를 동네 악기점이나 백화점 같은 데서 사실 생각이라면 그냥 바가지 쓰는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절대 추천할 수 없습니다.  낙원상가는 악기 상가가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동양에서도 그렇다죠?) 아주 유명한 악기상가입니다.  어쿠스틱이나 전기 기타라면 여기 가셔서 사시면 됩니다.  대신 기타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을 대동하던지 아니면 얼굴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물건 살 때 흥정을 아주 잘하는 분을 모시고 가십시오.  가짜가 판을 치고 악기를 잘 모르면서 조금만 어리버리하게 굴면 바가지 대박입니다.  홍대앞에 가셔도 기타 전문점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곳도 추천합니다. 거기는 심하게 바가지 쓰는 경우는 없다고 합디다.  요즘에는 온라인 악기상점도 많은데요.  하긴 대부분 낙원상가 분들이 같이 운영하는 것 들입니다만...  온라인으로 악기를 구입하는 게 좀 위험하기는 합니다만 시간이 없으시거나 얼굴 두꺼운 분을 못 구하신 분이라면 제가 몇 군데를 추천해 드릴 수 있습니다.

낙원 상가의 매장 모습입니다.  동양에서도 독보적인 대규모 악기상가 이죠.

다음은 일반적인 기타 고르는 법입니다.

기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정이 바른 악기를 고르는 것입니다.  당연하죠.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에서는 브릿지의 위치를 다소 움직일 수가 있고 그 다음은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의 음정 연습으로 음을 바르게 만들어 낼 수 있으나, 기타에서는 바른 음정으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악기제작자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바른 음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악기로 바른 음을 낼 수는 없겠지요.  바른 음정을 지닌 악기인지 어떤지를 간단히 시험하는 방법은 기타를 쳐서 실제로 나오는 하나하나의 음이 12평균율로 잘 조율된 피아노와 같으면 됩니다. 특히 각 줄 위의 하이포지션(브릿지에 가까운 쪽의 프렛)의 음이 이상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밖에 악기를 고르는 요령으로 필요한 점을 몇 가지 들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음정이 정확한가?
2. 음이 크고, 섬세하며 잘 분리되어 있는가?
3. 낮은 음 부분이 명확하고, 높은 음 부분의 소리가 잘 나는가?
4. 음색이 아름답고 둥글면서도 음이 큰가?
5. 퉁긴 음이 크면서도 음이 오래 지속되는가?
6. 기타 재질이 튼튼하고 결함이 없는가?

그런데 별로 도움이 안되죠?  좀 추상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악기를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죠.  다루기 쉬운 악기를 고르는 것은 역시 중요한 일입니다.  우선 목부분 즉 지판이 구부러지거나 뒤틀려 있으면 안되고 일직선이어야 합니다.  줄과 플렛과의 간격(액션이라고 합니다)이 가급적 낮으면서도 각 프렛 위의 음이 달라붙지 않는 것(버징이라고 합니다.  프렛을 짚고 줄을 튕겼을 때, 줄이 진동하며 다른 줄 프렛에 닿아 지리릭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합니다.)을 고르면 초보의 경우 기타를 연주하기가 쉽습니다.  고수들 중에는 일부러 높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네크가 너무 굵어서 왼손으로 프렛을 누르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가도 봅니다.  이것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직접 해봐야지요?

줄감개는 뻑뻑하지 않고 일정하게 줄이 감기고 풀리거나 헛돌지 않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줄감개는 조율할 때 상당한 역할을 하므로 주의 깊게 봅니다.  칠은 벗겨진 게 없고 균일하게 칠해져 있는지 확인하여야 됩니다.  현악기들이 전부 그렇듯이 칠이 음색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지만 수 십만원대의 저가 기타의 도료는 대게 우레탄을 쓰므로 재료는 보지 않아도 됩니다만 칠의 두께나 도장 상태는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무결을 봐서 옹이가 있거나 몸통에 흠이 있는 것들은 피하세요.

저음은 소리가 깊고 굵어야 하며 멀리 퍼지고 줄의 진동이 균일하고 안정감 있게 흔들리는 것이 좋습니다.  형광등아래에서 줄을 강하게 퉁겨서 난진동이 일어나지 않는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완벽한 물건을 구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고음 역시 소리가 청량하고 진동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대의 기타를 비교해보면 초보자들도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브릿지 부분에서 탄현을 하여도 소리가 딱딱하지만 깊이가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줄의 소리의 음량이 균일하여야 합니다. 어떤 줄에서의 소리가 같은 힘으로 탄현하였을 때 크게 울린다거나 작으면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가 악기가 아닌 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완벽한 악기는 참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주 눈에 띄게 어느 줄의 어느 위치만 커지거나 하면 안됩니다.

전기기타를 사실 생각이면(청년회 분이라면 말릴 수 없지요 ^^) 먼저 자기가 주로 듣고 연주하고자 하는 음악의 장르가 어디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기타를 골라야 합니다.  어차피 익숙해지면 기타 바꿀 날이 오겠지만 처음부터 자기가 좋아 하는 음악에 어울리는 악기를 고르는 것이 좋겠지요.  저지르기 전에 일차 저와 상담하시죠.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기타를 손에 들고 만나기로 해요.

ps) 아 참!! 그리고.... 악기 사실 때 가급적 하드케이스 같이 사시구요.  보면대 하나 우겨서 서비스 받으시고, 줄 한셋트 받으시고(불행한 일이지만 국산줄은 절대 안됩니다.) 메트로놈 하나 꼭 사세요.  음... 그리고... 조율기도 하나 사시면 아주 좋습니다.  초보자들은 특히 전자 조율기 구입 강추입니다.